암이란 칼럼

Dr. Choi 암 칼럼 - 피 한방울로 암 진단할 수 있을까?

암이란
2017-12-22
조회수 15844

감기는 어떻게 진단할까? 콧물이 나고 목 아프고 기침하면 감기라고 할까? 아니면 감기라는 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인인 리노 바이러스(Rhinovirus)를 가래나 혈액에서 검출해내야 확진일까? 감기는 분명 바이러스 질환이지만, 영어이름 ‘common cold’ 그대로 흔한 임상 증상만 가지고 진단하는 질병이다.

반면 당뇨같은 내분비질환은 혈액검사와 요검사 등이 필요하며 혈액학적으로 진단하는 질병이다. 이렇듯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질병들은 각각의 특성이나 원인 등에 따라 다양한 진단 방법을 통해 병을 진단해 낸다.





그럼 암은 어떻게 진단하게 될까? 기침을 한다고 폐암이라 하고, 혈변을 보면 무조건 대장암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면 얼마나 간편하고 쉬울까마는 그러한 증상을 보이는 질병은 무수히 많다. 따라서 일반적인 증상만 가지고 암이라는 병을 진단할 수는 없다. 유방암의 흔한 증상이라고 소개되는 것이 유방에서 멍울이 잡히고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오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이런 증상이 있으면 유방암이라고 진단되는 것이 아니라, 유방암확진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그 환자들이 흔하게 호소했던 증상들을 빈도별로 조사해보았더니 그렇다는 것이다.

암의 진단은 다음과 같이 3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첫째, 임상 진단 (Clinical Diagnosis)이다. 환자가 가진 여러 증상들과 각종 혈액검사, 암표지자 검사 등을 통해 암이라는 병을 전혀 배제할 수 없을 경우 이를 임상 진단이라한다.
둘째, 영상 진단 (Imaging Diagnosis)이다. 임상 진단을 통해 암이 의심되면 일반 x-ray 촬영, CT, MRI, PET-CT, 초음파, 각종 scan, 내시경 등으로 환자의 몸속에 정말 이상 구조물이 있는지 확인하게 되는데 이를 영상 진단이라한다.
셋째, 조직 진단 (Pathologic Diagnosis)이다. 만약 영상검사나 신체 검사에서 이상 구조물이 발견되면 간단한 조직검사나 수술을 통해 해당 구조물의 조직을 얻어서 현미경적으로 암세포가 있다면 이를 암이라고 확진 (confirm) 하게 되며 위의 세가지 진단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고 비로소 이를 통해 암 확진이라는 판정을 내린다.

즉 아무리 임상 진단이나 영상진단에서 암이 의심되어도 조직진단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으면 암이라는 진단명을 붙일 수가 없다. 반대로 임상이나 영상진단에서 암보다는 다른 양성 질환이 의심된다고해도 조직 진단에서 암세포가 발견이 되면 암이라고 확진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진단과정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환자도 금방 지치게 되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어서 좀 더 간단한 방법을 연구하다 나온 검사법이 암 표지자 검사 Tumor Marker라는 검사이다. 암 표지자 검사 혹은 암수치 검사는 암 덩어리가 내는 고유의 특정한 물질의 혈중 농도를 체크하여 일정기준 이상이면 암을 의심할 수 있다는 검사법이다. 듣기에는 그럴듯한 검사이며 매우 편할 것이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간편한 검사법일 듯하다. 실제 아주 간단하기는 하다. 피만 뽑아서 며칠 기다리면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 암 표지자 검사, 과연 암을 진단하고 확진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진단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대장암(직장암)때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는 CEA(CarcinoEmbryonic Antigen)는 애연가, 만성 폐색성 폐질환, 기타 암의 경우에도 증가할 수 있다. 하다못해 간경변이나 궤양성 대장염때도 증가한다. 따라서 만약 건강한 성인이 단지 CEA 검사만 했는데 정상치를 약가 벗어난다고 했을 때 담당 의사가 "CEA가 올라갔으니 당신은 대장암입니다"라고 한다면 무척 한심한 의사임에 틀림없다. 또 간암 때 증가한다는 AFP(Alpha-Feto Protein)도 간염이나 간경화의 경우 증가할 수 있다.

그럼 이런 암표지자 검사는 도대체 왜 하는가? 대부분 진단적 가치도 없고 괜히 환자만 불편하게 만드는 검사는 아닌지? 우리가 100m를 뛰려면 출발선과 골인 지점이 필요하고 그 두 지점간의 거리를 알아야한다. 그래야 100m 달리기가 된다. 골인 지점만 알아서야 100m인지 50m인지 알 수가 없다. 암표지자 검사는 출발선의 의미를 가진다. 암을 조직검사로 확진해서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또는 항암제치료를 결정하고 그 치료가 종료되고 나서 암의 재발이나 전이가 있는지 정기적으로 반드시 추적 검사라는 것을 해야 한다. 이 추적 검사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암 표지자 검사인데 치료전 출발선 의미의 암 표지자 검사를 해놓으면 치료 종료 후 추적 검사시에 암 표지자의 수치가 증가하였을 때, 이것이 치료 전에 비해 얼마만큼 상승한 것인지가 중요하다. 아주 급작스레 증가했는지 아니면 천천히 증가했는지에 따라 암의 예후가 달라진다.

암표지자는 결국 궁극적으로 암의 재발이나 전이를 예단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며 암 치료에 대한 반응을 평가하는데 매우 유용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암 진단은 결코 피 한방울로 할 수는 없다. 반드시 조직 검사를 통해 확진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암이란닷컴 최상규 대표


출처 : 중앙일보 조인스닷컴   20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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